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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2023 문화역서울284 공예기획전 관람 후기
    전시관람 후기 2023. 5. 21. 12:48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전시는 제목처럼 누군가 내게 보내는 편지처럼 시작된다. 문화역서울284에 들어서면 입구 좌측에서 전시 리플렛을 나눠주는데(금번 전시가 아니더라도 매번) 리플렛에 적힌 설명이 전시명처럼 편지글로 되어 있고 그 형태도 봉투에 담긴 엽서라서, 마치 전시작들이 나를 기다린 것처럼 느껴졌다.

    • 일자 : 2023년 4월 4일(금) - 2023년 6월 4일(화)
    • 시간 : 11:00 - 19:00 (휴관일 없음)
    • 장소 : 문화역서울284 (서울특별시 중구 통일로 1 서울역(본옥))
    • 무료전시

     

    자.연.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도시 한 가운데 이곳에서 당신의 이름을 떠올려봅니다. 우리는 지금껏 당신을 얼마나 쓰고, 듣고, 말하고 보며 지내왔을까요. 설령 횟수를 센다 한들 당신이 있는 세월에 비할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당신에게 귀를 기울이며  대화를 이어 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우리의 말과 목적은 종종 어긋나며 서로에게 도달하지 못했고 때때로 우린 그것을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중략)
    때문에 우리는 지금, 이 곳에서 우리가 당신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들을 들어왔으며, 또 어떤 이야기들을 듣지 못했는지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시작도 끝도 없이 함께한 시간 속에서 오래되어 낡거나 닿지 못한 편지들에 당신에게서 얻은 영감과 재료로 다시 숨을 불어 넣어 전하는 이 편지가 자연, 당신과의 따뜻한 대화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획의도 중 일부

     


    총 8개의 섹션과 연계 프로그램

    이번 전시의 구성을 보기 전에 먼저 **1961년부터 시작된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알아보자. 매년 4월, 6일간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행사다. 경기 불황에 가구 산업 부흥을 일으키고자 시작한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 관람객이 매년 증가하면서 가구를 넘어 디자인의 거의 전분야로 범위가 확장되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관한 월간디자인의 아티클, 2019년 6월호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망하지 않은 이유

    EDITORS LETTER

    mdesign.designhouse.co.kr

     
    2013년부터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한국 공예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다시, 땅의 기초로부터> 라는 주제로 22명의 이탈리아와 한국의 디자이너와 공예가가 참가한 약 1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문화역서울284의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는 <다시, 땅의 기초로부터> 전시를 재구성하고 확장한 전시이고 약 300점의 공예, 설치, 미디어 작품이 있다. 
     

    • 섹션1. 시간이라는 이 곳(중앙홀)
    • 섹션2. 내가 서 있는 땅(3등 대합실)
    • 섹션3. 껴안으며 바라보는(1,2등 대합실)
    • 섹션4. 다른 말, 같은 숨(부인대합실, 역장실)
    • 섹션5. 여유로운 변화(귀빈실)
    • 섹션6. 평행하게 걷는 우리(그릴)
    • 섹션7. 단단한 숨을 모아(구회의실)
    • 섹션8. 2023 MILAN PROMOTION(차대실)
    • 연계 프로그램 1. 함께 만드는 태피스트리 
    • 연계 프로그램 2. 오래썩는 오래쓰는
    • 연계 프로그램 3. 나만의 반려 빗자루 만들기

     
    **상세한 전시 구성 설명은 아래의 링크

    문화역서울284/프로그램/전시/예정

    전시 개요 2023 문화역서울284 공예기획전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2023.4.4.(화)~2023.6.4.(일) *월요일 휴관 문화역서울284 본관(1,2층) 문화역서울284는 올해 두 번째 기획전시로 2022년 밀라노

    seoul284.org

     


    문화역서울284의 전시는 한 바퀴 순서대로 작품들을 둘러보면 본관 건물을 구석구석 구경하듯 전시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다. 일제 강점기에 건축된 경성역, 서울역이 현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되면서 과거의 공간과 현재의 전시작들이 어우러지는 매력이 있다. 내부공간을 해설사와 둘러보는 **공간투어 프로그램이 있지만, 전시를 보면서도 공간을 어느 정도 둘러볼 수는 있다. 
     
    **물론, 전시 해설과는 별개이므로 공간에 대해서는 투어 해설을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래는 공간의 건축에 대해 정리된 디자인프레스의 아티클
     

    [문화역서울284 탐방기 #1] 1925년에 지은 르네상스 건축! '경성역'에 가다

    ‘남대문정거장’부터 ‘문화역서울284’까지 여행하는 이들로 매일 북적이는 지금의 서울역이 15년이 채 ...

    blog.naver.com


     

    1층의 전시들

    섹션별로 자세한 설명을 하면 좋겠지만 하나의 섹션에도 작품 수가 꽤 많았어서 층으로만 구분해서 기록해 본다. 
     
    1층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이 곳' 이라는 이름의 섹션1은 장성 작가의 작품만 넓게 설치되어 있다. 오랜 변화 속에서도 굳건하게 그 자체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돌을 인간과 접촉하여 소통할 수 있는 의자라는 형태로 만들었고 몇 가지 돌의 전면을 보여주는 영상이 우주의 소리를 담은 듯한 배경음악과 함께 그 넓은 공간을 채운다. 커다란 규모의 디스플레이도 인상깊었는데, 바닥 설치물에 반사된 화면이 마치 물이 없어도 수면에 비친 상(reflection) 같다. 

     
    어두운 배경에서 부드럽게 공중 회전하는 돌이 우주에서 유영하는 소행성 같아 보인다. 상하단에 비치는 빛 덕분에 돌의 거친 표면과 아주 작은 구멍들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영상의 규모가 크고 해상도가 높아서, 공간이 배경색만큼 어두웠다면 실제로 존재하는 공중의 돌처럼 보였을 거다. 빛을 차단한 공간에서 영상을 보았으면 어떨까 했다.
       

    MOBI, 장성

     
    1층의 3등 대합실에서 볼 수 있는 내가 서 있는 땅, 섹션2의 작품들이 2022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한국 공예전을 재구성한 공간이고 9명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구성되어 있다. 땅에서 살아내는 작은 생명체들, '땅'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재료들로 만든 도기들이 모래 위에 놓여 있다.

    (중략) 무엇도 닿지 않는 허공 속을 허우적거리지 않고 꼿꼿이 두 발로 서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당신은 단단하고 드넓은 땅으로서 우리를 받쳐줍니다. 우리의 생각과 판단을 땅 위, 눈앞에 펼쳐지는 이야기로 경험하며 우리의 주체성을 키워냅니다. 

    [섹션2. 내가 서 있는 땅] 전시 설명 일부

     

    하늘색으로 장식된 천정은 김지선 작가님의 작품. 보고 싶었던 삼성디지털프라자의 [THe Wave: 순환의 물결] 전시 참여자분이셨다.
    이 작품은 소리에 따라 표면이 울렁이며 움직였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었지만 작품 설명이 눈에 띄는 곳에 없어서 아쉬웠다. 돌아와서도 계속 작가가 누구인지 찾았지만 아직도 못 찾았음.. 작품 하나씩 정리가 잘 되어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살짝 아쉽다.
    땅에서 자라난 앙상한 나뭇가지와 잎처럼 보이는 작품의 캡션도 전시작의 멋진 일부가 되었다.

     
    아래에 나오는 1, 2등 대합실의 작품들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영화의 느낌으로 묘사하자면 공간은 아바타(Avatar), 감각은 마치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ater) 같았달까. '섹션3. 껴안으며 바라보는'이라는 제목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지 막상 전시를 보면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여러 매체와 재료들의 조합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엮어진 플라스틱 타이와 섬유들 그리고 사이 사이 생명체의 흔적처럼 보이는 작품들이 바닷속의 모습을 연상케하는 배경으로, 유체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3D 영상이 생명력을 가진 듯한 존재처럼 보였다. 그것들의 조화를 껴안으며 바라보는 포용의 관계로 풀어낸 것 같다.

    당신을 닮은 형태가 아닐지라도, 변화한 시대와 환경의 언어를 이해하고 우리의 모습과 이야기에 귀 기울여줍니다. 엇나가는 팔과 다리에 조금은 어색하고 위태로운 포옹으로 우리가 만난다 할지라도 그마저 기억에 남을 소중한 하나의 장면으로 그려내는 방법을 당신은 압니다. 그것은 가르침이 아닌, 무관심이 아닌, 포용이겠지요.

    [섹션3. 껴안으며 바라보는] 전시 설명 일부

     

     


    2층의 전시들

    2층의 그릴 공간에는 '섹션4. 다른 말, 같은 숨'이라는 주제로 이탈리아 디자이너와 한국 장인 간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전시한다. 이 파트도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공예전에서 보였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만 보면 콜라보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데, 벽면에 설명하는 인터뷰가 있다. 아래의 전시 설명처럼 섬유가 '꿰이거나' 재료들이 '엮이는 것'이 언어를 초월해 시간과 공간의 연결을 직조 방식으로 보여주는 작업이 흥미롭다.  

    아무리 멀고 낯선 곳으로 가도 우리는 항상 곧 그 장소만이 주는 익숙함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나와 마주한 상대가 말하는 언어, 생김새, 사는 곳, 기후가 다를지라도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은 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기억하면 언제나 우리의 바로 곁에 있는 당신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상대에게서 수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고 더욱 넓은 시야와 부드러운 생각으로 대화를 넘어 서로를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다른 말로 같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는 당신의 연결 마법, 그 신비로움을 우리는 또 한 번 느낍니다.

    [섹션4. 다른 말, 같은 숨] 전시 설명 일부

     

     


    섹션 7. 단단한 숨을 모아(구회의실)는 참 타이틀을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숨을 불어넣어 만드는 불어 유리 공예작이 전시되어 있다. 약 40명 정도의 유리 공예 작가들의 공간이다. 실제로 구매도 할 수 있었고 꽤 다수의 작품들이 sold된 스티커가 붙어져 있다. 판매용으로 흔히 보지 못한 디자인의 유리 도기들이 굉장히 많아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작품을 만든 작가와 소속 대학교 표기가 되어 있었지만 설명이 없어서 아쉬웠다. 
     

     
    1200도 정도의 높은 열로 유리를 연하게 녹여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만드는 유리 공예 기법을 블로잉(Blowing, 유리불기)이라고 한다. 하나 하나 입으로 불어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비슷해 보여도 '똑같은' 모양이 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 

    The Amazing Birth Of A Hand Blown Glass Pitcher, NOVICA

     

    유리 공예 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 돌에 붙어있는 유리가 살아있는 생명체 같았다.

     


    연계 프로그램, 반려 빗자루 만들기

    어릴 때는 시골인 외가에서 일명 빗자루 나무라고 불리는 댑싸리 나무를 키웠다. 나무가 꽤 자랐다 싶으면 외삼촌이 늘 빗자루를 만들어줘서 우리 집은 어릴 때부터 나무 빗자루에 익숙했다. 댑싸리 나무로 만든 빗자루는 플라스틱 빗자루처럼 빳빳하지 않아서 좁은 틈이나 깊게 박혀있는 잔먼지들을 청소하는 데 사용이 쉽진 않지만 필요한 정도의 용도로 충분히 부드럽게 사용할 수 있었다. 오래 사용해서 길이가 짧게 바래거나 더러워진 빗자루는 다시 땅의 흙으로 돌려보내고 새로운 댑싸리 빗자루를 쓰곤 했다. 
     
    함께 사는 동물 외의 물건에 '반려'라는 단어를 붙여본 적이 없었는데, 빗자루에 그 단어를 더한 것이 살짝 설렜다.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물건이 아닌 나의 공간에서 함께 살아갈 물건을 직접 만든다는 것이 의미 있었다. 전시를 보는 동선의 마지막 접점이라 참여해 봤는데, 나머지 2개의 연계 프로그램은 언제 어디서 하는 것인지 안내를 못 본 것 같아서 아쉽다.
     

    프로그램에서 만들고 가져온 나의 반려 빗자루들. 1인당 1개를 만들지만, 외국의 본가로 돌아가야 하는 친구가 비행기에 가져갈 수 없어 선물로 주었다.
    연계 프로그램에서 만든 빗자루의 재료는 갈대라고 적혀있다. 댑싸리인줄 알았는데.
    빗자루를 만들었던 바로 뒤의 공간에는 여러 공예가들이 제작한 전통 빗자루가 전시되어 있다. 어떤 나무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영상이나 설명이 있었으면 했다.

     
    환경부 공식 네이버 포스트에 **[새활용그리너] 시리즈로 댑싸리 빗자루를 만드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케이블타이, 접착제, 레이스와 같은 재료가 필요하다고 적혀져 있지만 내가 만든 작은 빗자루의 경우엔 갈대와 실만으로도 탄탄하게 고정할 수 있었다.
     

    [새활용그리너] 정원에서 키운 댑싸리로 빗자루 만들기

    [BY 환경부 공식 포스트]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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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추억과 투자라는 이유로 물건을 더 사고 만들어 내면서 삶을 채워나가는 것들이 많아졌다. 나는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레스 웨이스트(Less-waste)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곤 했는데 지속 가능한 물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건지, 오랜만에 나와 살아가는 반려 물건들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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