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도 타다오 - 청춘전, Tadao Ando - Youth at 원주 뮤지엄산(Museum SAN) 기획 전시 관람 후기, 도슨트 건축 해설전시관람 후기 2023. 12. 10. 23:01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하나니.
사무엘 울만(Samule Ullman)의 시, 청춘(Youth) 중에서
뮤지엄산의 본관 입구에는 커다란 청춘을 상징하는 약 3m 크기의 푸른 사과🍏 모양의 야외조각이 있다. "청춘은 인생의 시기가 아닌 마음가짐"이라는 사무엘 울만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뮤지엄산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다.
푸른 사과를 만지면 한 살씩 어려질 수 있다는 할아버지 건축가의 말에 사과를 크게 안고 왔다. 처음에는 마치 외계인과 소통한다는 빵상 아주머니나 내 눈을 바라보면 행복해진다는 허경영님의 노래처럼 우스운 말로 들렸지만, 그가 영감을 받았다던 사무엘 울만의 시를 읽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안도 타다오는 사과도 사람도 푸른 사과처럼 무르익기 전, 미숙할 때 내일을 향한 희망을 가장 많이 품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을 품고 산다는 것, 청춘의 마음가짐 아닐까 생각하면서 건축물을 감상했다.
뮤지엄은 입구인 웰컴센터부터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명상관 등 공간이 나뉘어져 있는데 본관의 건축만 설명들을 수 있었다. 전체 규모에 비해 한 곳의 설명만 들었지만 본관도 넓고 자재 하나 하나에 담은 의미가 깊은 만큼 예습에 비해 몰랐던 내용이 굉장히 많았다. 들었던 전시해설의 순서대로, 일부만 기록해본다.
안도 타다오 청춘
- 일자 : 2023년 4월 1일(토) ~ 2023년 12월 3일(일)
초기 전시 일정은 2023년 7월 30일까지였으나 6개월간 26만 명이 넘는 관람객의 방문으로 전시 종료 일정이 2차례나 연장되었다. - 시간 : 10:00 ~ 18:00(매표마감은 17:00, 매주 월요일 휴관)
- 장소 : 뮤지엄 산(Museum SAN) (강원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뮤지엄산)
- 관람요금 : 기본권 대인 22,000원
전시는 기본권(22,000원)으로 충분하나 건축물을 보려면 여러 요금 구분이 있다. 홈페이지 참고 - 전시해설 : 전시해설은 건축, 박물관, 미술관의 3가지로 구분된다.
최소 30분에서 1시간이 소요된다. 이것도 해설시간과 출발장소가 모두 다르다. 홈페이지 참고
[청춘]전은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하나의 섹션도 정말 많은 작품을 담고 있어서 오랜 시간동안 꼼꼼히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안도 타다오-청춘》 홍보 영상 안도타다오 인트로 영상 뮤지엄산, Museum SAN
안도 타다오가 지은 뮤지엄산은 1997년부더 운영되어 오던 종이박물관과 2013년에 개관한 미술관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처음은 '한솔뮤지엄'이었으나 '뮤지엄산'으로 개명되었다. 뮤지엄산이라는 네이밍의 의미는 뮤지엄이 자리잡은 산 꼭대기와 뮤지엄이 마주함을 의미한다고 설명들었는데, 뮤지엄의 이름에서부터 자연에 문화와 예술을 담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덴티티도 산이 물에 투영되는 모습을 그렸다. MI(Museum Identity) 소개 참고.
뮤지엄산은 건축을 시작하고 개관까지 7~8년(2005~2012)이 걸렸다. 과거에는 '슬로우 뮤지엄(Slow Museum)'이라는 컨셉으로 안도 타다오에게 건축을 제안했다는 2015년 기사가 있다. 현재는 소통을 위한 단절(Disconnect to Connect)이라는 슬로건 아래 느린 걸음으로 마음을 따라 산책하라는 뮤지엄 스토리가 있는데,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도시를 떠나온 곳에서 자연, 문화, 함께했던 친구 그리고 자신과도 더 소통할 수 있었던 공간과 시간이어서 슬로건이 와 닿았다.
노출 콘크리트와 파주석
본관으로 가기 전부터 안도 타다오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트리트 건축물이 보인다. 노출 콘크리트는 다른 외부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내는 건축 기법이다. 1950년대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르 코르뷔지에가 이 기법을 사용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표면의 동그랗고 작은 원이 반복되는 게 안도 타다오의 트레이드 마크인가? 싶어 동행했던 친구와도 짐작해보았는데, **거푸집을 고정하기 위한 볼트가 있던 구멍인 것 같다. 다른 건축 예시 사진을 보면 콘크리트 사이의 분할된 줄눈자국이 눈에 띄게 보이는데, 뮤지엄산의 건축물은 굉장히 깔끔했던 것 같다.
웰컴센터에서 플라워가든(Flower Garden)으로 가는 길에 보였던 콘크리트 건축물과 정원 
뮤지엄산의 건물의 주된 재료는 콘크리트, 유리 그리고 파주석(石)인데 경기도 파주의 야산에서 채취한 돌이다. 살짝 붉은 색이 띄고 계속해서 색이 섬세하게 변한다고 한다. **참고한 포스팅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 나는 건축자재를 선호하는 안도 타다오의 선택이고 스톤가든은 원주 귀례면에서 나는 귀례석을, 워터가든에 사용한 검은색 돌은 서산에서 가져온 해미석을 사용했다고 한다.
안도 타다오의 콘크리트 시공이  다른 노출 콘크리트보다 얼마나 디테일하고 섬세한지 설명해주신 도슨트님
**합판 크기의 작사각형과 격리재 구멍의 배열은 그 자체로 노출 콘크리트의 얼굴이 된다.노출콘크리트의 시공
노출콘크리트는 마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도 적게 들고 간단한 방법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콘크리트는 표면을 깨끗하게 만들어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시공하기 전
archi-material.tistory.com
알렉산더 리버만, Archway
고요하고 깨끗한 물의 정원인 워터가든(Water Garden), Archway가 물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플라워가든에서 본관으로 가는 길에 있는 워터가든에는 러시아계 미국인 알렉산더 리버만(Alexander Liberman)의 Archway라는 이름의 조형물이 있다. 보그의 편집자였고 아트 디렉터였는데 철을 공부한 후로 철을 재료로한 조형물을 제작했다고 한다. 뮤지엄 건축물이 하나의 작품인데도 다른 작품이 그 안에서 어우러지는 것이 신기했다. Archway는 한솔재단의 소장품이었고 안도 타다오가 골라서 물의 정원에 세운 것이라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물과 돌이 엄청 엄청 깨끗해!
안도 타다오가 수면에 하늘을 담고 싶어서 검정색 워터가든 정원에 흑색의 해미석을 사용했다고 한다. 검정색 돌이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Archway가 수면에 닿는 면적이 작기도 해서 마치 조형물이 물 위에 떠있는 것 처럼 보인다. 물이 썩지 않도록, 수면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매일 깨끗하게 청소한다는 tmi도 들었다. (그 날은 비가 왔는데도 정말 깨끗했다! )
중정(中庭)과 삼각코트(Triangular Court)
중정은 건물과 건물 사이의 마당을 의미한다. 안도 다다오는 사람은 자연과 접하는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연과 접하는 중정을 주로 설계했다. 해설가님이 '우리는 그렇게 자연과 맞닿아 살고 있나'라는 질문을 하셨는데.. 섣불리 그렇다고 말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뮤지엄산에는 도형의 이름 그대로인 삼각코트, 사각코트, 원형코트 공간이 있는데 여기서 원(Circle)은 하늘을, 사각(Square)은 땅을, 그리고 삼각(Triangle)은 사람을 의미한다. '삼각'이 어떻게 사람을 의미하는지는 사실 이해하지 못했는데 한 공간에서 천지인의 조화를 건축물로 표현한 점이 흥미롭다.
(좌)삼각코트 중정과 (우)내부의 타이타닉 포인트
좌측의 사진은 삼각코트의 부분이 건물내부에 뾰죡하게 튀어나와 있는데, 뱃머리처럼 보여 타이타닉 포인트라고 불린다고 들었다. 사진으로는 굉장히 뾰죡해서 위험해 보이지만 안전을 위해 사람의 손이 닿을만한 높이까지는 살짝 평평하게 다듬어져 있다. 슬릿창 두께가 30~40cm 정도이고, 벽의 무게가 슬릿을 감당하도록 무게중심이 분산되어 있다고 한다. 30몇 년을 살아온 평생에 저렇게 뾰족한 건물 디자인을 본 적이 있던가? 떠올려 봤지만 기억에 남는 건 없었다.
콘크리트 사이에 틈으로 유리창이 있어서 내외부를 건물 안에서든, 중정에서든 볼 수 있다. 비가 오면 비를 맞는 외부 공간인 중정은 '자연이 계속 노출 콘크리트에 그림을 그리는' 공간이라고 했다. 내가 방문한 날은 비가 왔어서 벽과 바닥의 돌이 젖어있었는데, 비라는 재료로 색이 칠해진 것만 같았다. 비오늘 날의 감성이 진해졌다.
(좌)원형코트의 천정과 (우)백남준 작가의 작품
백남준 작품은 수리가 필요한 경우 브라운관의 더이상 부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유지보관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했다. 원형코트 안에 네모난 모양의 기계가 의외의 조합으로 보인다.
자연과의 접촉
건물이 기하학적인 이유는 지형을 훼손하지 않기 위함이고 동양의 기하학 건축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건축물이 접하는 자연을 신경썼던 안도 타다오는 '자연과의 접촉'을 위해 채광과 바람이 실내로 들어오는 방법을 신경썼다. 그의 건축물에는 천정 조명이 눈에 띄지 않는데, 빛이 실내로 들어와서 밝게 비춰줄 정도로(내가 간 날은 비가 온 흐린 날이었는데도) 창문이 넓고 빛이 들어올 틈이 많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지붕 밑에 창문으로 보이는 틈이 있고, 받쳐주는 기둥이 지붕의 무게를 버틴다고 한다. 그래도 매우 흐린 날을 위해 숨겨진 조명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마도.
스톤 가든(Stone Garden)
반듯반듯한 박스 안에 있는 것과 같은 뮤지엄 본관을 나오면 명상관과 제임스 터렐관으로 가는 길, 스톤가든으로 이어진다. 신라 고분군을 모티브로 한 돌무덤 형태의 조형물 9개가 있다. 각각의 조형물은 조선팔도를 의미하는 지도같은 거라고 했다. 정확한 설명은 적혀있지 않지만 스톤마운드 하나는 어떤 '도(道)'인지 사인이 세워져 있다.
스톤 가든에 들어가기 전 설명글에는 '번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순례자의 마음으로 작품들을 거닐다 보면 평온한 대지 위에서 돌, 바람, 빛과 하나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그 날은 비가 와서 그런가, 비를 맞는 작품들과 신발이 다 젖어버린 나와 친구도 작품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살짝 들었다.
본관에서 명상관으로 가는 입구에서 만난 ‘두 벤치 위의 연인’ 조지 시걸(George Segal)
**스톤가든에는 조지 시걸의 작품 외에도 여러 작품들이 있다.‘안도 다다오’ 작품 <뮤지엄 산> 2 스톤가든, 명상관 - 한겨레:온
본관을 지나 후문으로 나오면 ‘스톤가든’과 만난다. 스톤가든은 둥근 돌로 된 돌무덤(스톤 마운드) 9개와 조각 작품을 보며 구불구불 걷는 짧은 산책길이다. 스톤가든은 신라 고분을 주제로
www.hanion.co.kr
굿즈 샵(Goods Shop)
전시를 보면 굿즈를 꼭 하나라도 사는 내가 꼭 들러야 했던 굿즈샵. 뮤지엄산의 굿즈도 너무 갖고 싶었지만 한정 기간만 구매할 수 있는 청춘전에서 안도의 친필 사인이 있는 도록만 구입했다.
굿즈를 온라인에서 살 수 있었다면 집에 와서도 왕창 구매했을텐데. 나는 계절마다 다시 올 거니까, 가을에 전시 끝나기 전에 다시 와서 다른 굿즈를 사야지, 그 때는 멀리까지 운전해 준 친구에게 줄 선물도 사야지- 다짐했건만 전시 일정이 2차례나 연장되었는데도 한 번 찾아오는게 왜 그리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내가 방문한 날은 7월 중순이었지만 결국 며칠 전 12월 3일, 4계절을 거친 청춘전은 끝이 났다.사과를 만지면 100년을 살 수 있다고 해서 친필서명에 연두색으로 100이 적혀있다. 귀여운 할아버지다.
미루고 미루다가 5개월이 지나서야 이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을 좀 더 '잘' 기록하고 싶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다가 결국 일상이 바빠져서 도중에 멈춰버렸던 후기. 마무리만 하면 되었는데 정말 되돌아 볼 새도 없었나.. 그렇게 몇 개월간의 나를 돌아본다. 연말이기도 하니까.
청춘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존재라는 메세지를 만난 후에 나는 어떤 도전을 해왔던가. 소통을 위한 단절의 시간을 가졌는가, 누군가와 진심으로 소통하기는 했나, 꿈을 꾸며 살고 있나, 도전을 하면서 살고 있나. 약하고 느슨해진 정신을 다잡고 싶어서 새로운 운동과 사람들과 단절의 시간을 갖기(나에게는 힘든) 시작했지만 이게 맞는지도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2024년 새해에는 도전이라는 것에 큰 마음을 먹지 않고도 그냥 시작해보는, 청춘의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다들 오래 오래 건강하게 100살까지 잘 살았으면 좋겠다.'전시관람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탈리 카르푸셴코(Nataliekarpushenko) 사진전: 모든 아름다움의 발견 전시 관람 후기 (0) 2023.06.20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2023 문화역서울284 공예기획전 관람 후기 (0) 2023.05.21 일상의실천 EVERYDAY PRACTICE, 10주년 기념 전시 관람 후기 at MUSINSA TERRACE 홍대 (0) 2023.05.06 - 일자 : 2023년 4월 1일(토) ~ 2023년 12월 3일(일)